셰리는 원래 빈티지가 없는 술입니다. 솔레라(Solera)라는 계단식 숙성 시스템에 해마다 새 와인을 붓고 아래 통에서 조금씩 빼내 병입하기 때문에, 한 병 안에는 수십 년 분의 와인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셰리 라벨에서 연도를 보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한 해의 와인만 따로 통에 넣고 손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아냐다(Añada)입니다. 스페인어로 그냥 "빈티지"라는 뜻인데, 셰리의 세계에서는 "솔레라에 섞지 않고 단독으로 늙힌 와인"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헤레스의 큰 집들 중에서도 아냐다를 꾸준히 내는 곳은 손에 꼽습니다.
보데가스 루스타우는 그 일을 하는 집입니다. 1896년 법원 서기였던 호세 루이스-베르데호가 부업으로 포도밭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었고, 지금은 셰리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루스타우의 아냐다 시리즈는 특정 해의 팔로미노 피노를 한 통에 담아 수십 년을 그대로 둔, 사실상 기록물에 가까운 병입니다.
이 병은 2000년 늦수확(late harvest) 포도로 만들어, 올로로소를 담았던 통에서 17년을 보낸 뒤 2017년 7월에 병입되었습니다. 총 5,700병만 나온 한정 릴리스이고, 수확 기준으로는 올해로 26년이 지났습니다. 잔당 210g/L, 알코올 20.5%, 500ml.
단맛의 출처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감미 셰리는 페드로 히메네스 같은 별도의 단 와인을 섞어 만듭니다. 이 병은 그게 아니라 포도를 늦게 따서 얻은 당분입니다. 그 상태로 올로로소 통에 들어가 17년간 플로르(효모막) 없이 공기와 접촉하며 늙었습니다. 그래서 색이 마호가니로 짙어지고 향이 견과와 향신료 쪽으로 옮겨가는 동안, 단맛은 시럽이 아니라 농축된 질감으로 남았습니다.
솔레라에 섞이지 않고 2000년 한 해만 따로 늙은 아냐다. 늦수확 포도를 올로로소 통에서 17년 — 전 세계 5,700병 한정. 셰리에서 연도가 적힌 병은 그 자체로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