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굿 클레멘스 부쉬(Weingut Clemens Busch)는 모젤 중류의 작은 마을 퓐더리히(Pünderich)에 있습니다. 1984년 클레멘스와 리타 부쉬 부부가 대를 이어받은 뒤, 모젤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유기농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비오디나미(Respekt 인증)로 밭을 돌봅니다.
도멘의 심장은 마리엔부르크(Marienburg)입니다. 모젤 강이 크게 휘어 도는 가파른 남향 급경사지로, 경사가 60도에 이르는 구간이 있어 기계가 들어갈 수 없고 전부 손으로 작업합니다. 한때 버려졌던 테라스 밭을 부쉬 부부가 하나씩 복원했습니다.
마리엔부르크가 특별한 이유는 슬레이트의 색이 구역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클레멘스 부쉬는 이를 뭉뚱그리지 않고 회색(Grauer Schiefer)·붉은색(Roter Schiefer)·푸른색(Blauer Schiefer) 구획을 따로 수확해 따로 빚습니다. 같은 언덕, 같은 품종인데 잔에서 다른 와인이 나옵니다.
양조는 단순합니다. 야생 효모로 자연 발효하고, 모젤 전통의 푸더(Fuder, 1,000L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여과와 청징을 최소화합니다. 보당하지 않고 효모를 재촉하지 않아 발효가 몇 달씩 이어지기도 합니다.
VDP 그로세스 게벡스(GG)는 독일 최고 등급 밭(Grosse Lage)에서 나온 드라이 와인에만 붙는 표기입니다.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에 해당하는 자리로, 수확량과 양조 방식에 엄격한 제한이 걸립니다.
라페스(Raffes)는 클레멘스 부쉬의 최상위 퀴베입니다. 마리엔부르크 안에서도 붉은 슬레이트(Roter Schiefer)가 드러나는 가장 가파른 구획에서 나옵니다. 붉은 슬레이트는 철분을 머금어, 회색이나 푸른 슬레이트보다 향신료와 깊은 과실 쪽으로 밀어 올립니다.
라페스는 다른 GG와 양조 방식이 다릅니다. 발효가 느리게 진행되도록 두고, 효모 찌꺼기 위에서 아주 길게 숙성시킨 뒤 늦게 병입합니다. 그래서 출시 시점부터 이미 질감이 두껍고, 숙성 잠재력이 도멘 라인업에서 가장 깁니다.
라벨에는 GG 대신 "Grosse Lage"만 적힙니다. 효모 숙성 기간이 GG 규정보다 길어 그 표기를 쓰지 않는 쪽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등급이 아래라서가 아니라, 규정을 따르지 않고 와인을 택한 결과입니다.
2018년은 독일이 덥고 건조했던 해로, 농축도가 높게 나온 빈티지입니다. 붉은 슬레이트의 향신료와 그해의 살집이 겹칩니다.
GG를 적지 않습니다. 규정보다 효모 위의 시간을 택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