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두아지에르(Ardoisières)는 "슬레이트 채석장"이라는 뜻입니다. 사부아 스뱅(Cevins)의 경사 45도짜리 슬레이트 비탈은 1930년대에 버려졌다가 1998년 마을이 되살리기로 결정했고, 2000년대 초 브리스 오몽(Brice Omont)이 넘겨받았습니다. 트랙터가 못 올라가는 밭이라 지금도 말과 사람 손으로 일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도멘(Domaine) 데 아르두아지에르는 그 비탈의 자기 밭 포도로 만드는 라인이고, 메종(Maison) 데 아르두아지에르는 오몽이 이웃 유기농 재배자에게서 포도를 사와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는 라인입니다. 라벨에 Vin de France가 찍히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 등급이 낮아서가 아니라, 매입 포도라 도멘 등급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리스(Silice)는 밭 이름이 아니라 규토(硅土)를 가리킵니다. 알프스 산자락의 규토·석회 토양에서 온 포도로, 산미와 미네랄이 앞서고 알코올은 낮게 떨어지는 스타일을 묶은 이름입니다.
루즈는 사부아 토착 몽되즈 누아르에 가메와 피노 누아를 더한 블렌드입니다(비율은 빈티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전송이째 자연효모로, 세미 카보닉에 가깝게 발효한 뒤 7~9개월을 스테인리스·중성 용기에서 보냈습니다. 새 오크는 쓰지 않습니다.
"알코올 10.5%, 새 오크 제로. 무게로 설득하지 않는 붉은 와인입니다."
사부아는 프랑스에서 가장 서늘한 레드 산지 중 하나입니다. 여름에도 밤이 확실히 식기 때문에 포도가 당도를 급하게 올리지 않고, 그래서 완숙 시점에도 알코올이 10.5% 안팎에 머뭅니다. 이 와인이 가볍게 느껴지는 건 묽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그 높이에서 익은 포도이기 때문입니다. 몽되즈가 후추와 골격을, 가메가 즙과 붉은 과실을, 피노 누아가 향의 결을 맡는 구성이고, 오크를 배제해 세 품종의 윤곽이 그대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