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1855] 2편 보르도와 미국

[보르도 1855] 2편 보르도와 미국

Dec 16, 2025wineX
보르도와 미국, 자유의 포도주로 맺어진 특별한 우정

보르도와 미국

자유의 포도주로 맺어진 특별한 우정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

보르도 시내 플라스 피카르(Place Picard) 를 걷다 보면, 조용히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 하나가 눈에 띕니다. 뉴욕 항구에 있는 그 거대한 여신의 ‘작은 자매’죠.

이 동상은 프랑스와 미국 사이의 오랜 우정을, 그리고 그 우정의 역사 속에 보르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은은히 상기시켜 줍니다.

라파예트, 자유를 싣고 대서양을 건너다

프랑스 혁명 직전, 젊은 귀족 라파예트 후작(Marquis de Lafayette) 은 파우야크(Pauillac) 항구에서 라 빅투아르(La Victoire) 라는 배를 타고 비밀리에 출항했습니다.

그의 목적지는 바로 미국, 그리고 임무는 미국 독립군에 무기와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과 루이 16세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파예트는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그는 조지 워싱턴의 신임을 얻어 최연소 부관이자 미국 독립전쟁의 상징적 인물로 활약하게 됩니다.

🍷 세 명의 “와인을 사랑한” 미국 대통령들

미국의 첫 세 대통령 — 조지 워싱턴,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이 셋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죠. 바로 보르도 와인 애호가였다는 것.

워싱턴은 마데이라(Madeira)를 좋아했지만 자신의 농장에 포도를 심으려다 실패했습니다. 대신 애덤스와 제퍼슨은 보르도의 메독 와인에 열광했죠.

존 애덤스의 '프리미에 크뤼'

1778년, 존 애덤스는 다음의 네 샤또를 ‘프리미에 크뤼(1등급)’로 지정했습니다.

  • 샤또 마고
  • 오-브리옹
  • 라피트
  • 라투르

제퍼슨은 1787년 직접 보르도를 방문해 샤또 디켐(Château d’Yquem) 과 오-브리옹, 라피트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식탁에서 오-브리옹을 처음 맛본 그는, 즉시 24상자(288병!)를 주문했다고 하죠.

제퍼슨은 후에 그랑 크뤼 분류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누었는데, 그의 목록에는 훗날 1855년 공식 분류에 포함된 샤또 마고, 라투르, 오-브리옹, 라피트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보르도 와인 평론의 선구자였습니다.

⚓ ‘에르미옹’호 — 우정의 항해

2014년, 보르도 항구에는 한 척의 웅장한 배가 정박했습니다. 그 이름은 에르미옹(L’Hermione). 18세기 라파예트가 타고 미국으로 향했던 바로 그 배의 복원선입니다.

작가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 는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며, 1855년 그랑 크뤼 샤또들의 2010 빈티지 87병을 모아 판매 수익을 기부했습니다.

그 수익금은 프랑스와 미국의 교육 및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쓰였죠. 그야말로 “와인을 통한 외교” 였습니다.

“와인은 우정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 에릭 오르세나

🏛 보르도의 외교의 집, Hôtel Fenwick

1778년 3월, 대륙회의(Continental Congress)는 존 본드필드(John Bondfield) 를 첫 미국 외교대표로 보르도에 파견했습니다.

1790년에는 오텔 펜윅(Hôtel Fenwick) 이 지롱드 강가에 세워져 조지 워싱턴이 보낸 영사(Consul)를 맞이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 건물은 외교 관련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프랑스와 미국 간 오랜 우정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 클라렛과 타닌 — 와인에 담긴 건강과 철학

‘클라렛(Claret)’은 영어에서 보르도 와인을 부르는 단어입니다. 원래는 밝은 빛깔의 와인을 뜻했지만, 16세기부터는 모든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레드 와인을 지칭하게 되었죠. 오늘날에도 ‘보르도 클라레(Bordeaux-Claret)’라는 명칭의 와인이 존재합니다.

한편, 루이 15세에게 보르도 와인을 소개한 리슐리외 공작은 이 와인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하, 저는 이미 ‘청춘의 샘’을 찾았습니다.”

그는 샤또 라피트(Château Lafite) 와인의 타닌 성분이 건강에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1855년 분류 전, 여러 와인 상인들과 의사들은 보르도 와인을 ‘혈액을 정화하고 건강을 되찾는 최고의 음료’로 찬양했습니다.

💬 프랑스 와인에 대한 오스카 와일드의 유머 한마디

“프랑스인들은 자기 와인에 너무 자부심이 커서 도시 이름 중 일부를 ‘그랑 크뤼’로 만들어버렸다.”

이렇듯 보르도는 단순한 와인 도시가 아니라, 자유, 외교, 예술, 그리고 우정의 중심지였습니다.

한 잔의 와인 속에 프랑스의 품격과 미국의 열정이 함께 녹아 있는 곳 — 그곳이 바로 보르도(Bordeaux) 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 집니다.

- 3편 보르도 An essential destination -

© 보르도 1855 협회로 부터 받은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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