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라우어는 독일에서 가장 특이한 라벨을 씁니다. 밭 이름 대신 통 번호(Fass Nummer)를 적습니다. 파스 1, 파스 4, 파스 8, 파스 11... 각 번호는 그 해 특정 푸더(Fuder, 1000리터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복원입니다. 19세기 자르(Saar)에서는 와인을 밭이 아니라 통 단위로 경매에 내놓았고, 라우어 가문은 1880년대부터 그 방식을 지켜왔습니다. 현재는 플로리안 라우어(Florian Lauer)가 운영하며, 자르 전통주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파스 4는 아일(Ayl) 마을의 여러 구획을 블렌딩한 하우스 리슬링입니다. 라우어의 입문 와인이지만, 자르 특유의 잔당과 산도의 긴장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는 병이기도 합니다. 알코올 10%, 약간의 잔당 — 모젤·자르 리슬링의 고전적 균형입니다.
2018년은 독일 전역이 폭염을 겪은 해였습니다. 그런데 자르의 서늘한 슬레이트 경사에서는 그 더위가 오히려 완숙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산도를 잃지 않은 2018 자르 리슬링은 지금 8년째, 가장 마시기 좋은 구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자르 전통주의의 상징 · 통 번호 라벨 · 알코올 10%의 고전적 모젤 균형.